대전 방현동 양사싯골 후기

 

오늘은 오랜만에 아는 형에게 연락을 해서 양사싯골에 다녀왔다. 쓰면서도 고민이 되는 것이 이곳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될까 어려운 곳이다. 우선 위치자체가 접근성이 매우 차단된 곳에 있다. 사실 방현동이라는 곳도 이걸쓰면서 처음 대전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밤에 가면 가로등도 하나 없는 어두운 비포장 산길을 대략 300m 가량을 찾아 올라가야된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냥 시골집이다. 모범음식점간판이 붙어 있는 것보다 우선 예전 시골집이라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갈 것이다. 우리집도 1950년도 쯤에 지은 시골집인데 여기도 딱 그렇다. 한옥도 아니고 슬레이트판과 시멘트로 엉성하게 지은 그런집... 그리고 그 와중에 있는 창호지가 발라져 있는 문... 아무튼간 겉모습만으로도 예사로운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람들을 항상 있는 편이다. 게다가 보통 오면 비싼 외제차와 고급세단이 많은 이상한 분위기의 음식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지역에서 오래 있었고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빛바랜 메뉴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

 

아무튼 들어가서 음식을 시킨다. 늘 먹던 것을 시키는데 묵무침1개와 청국장 2개를 시킨다. 도토리묵 무침은 7,000원이고 청국장은 8,000원이다. 시내의 음식점보다는 다소간 비싼 느낌도 들지만 가격적으로 뭐 딱히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닭요리는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아직까지도 먹어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어쨋든 이 음식점은 청국장으로 유명한 곳이니 보통은 청국장을 시키는 것 같다.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약간은 무뚝뚝한 사장님께서 음식을 서빙해주신다. 아, 이곳은 사람이 많거나 너무 늦게 찾아가면 사장님이 츤데레 필로 서빙을 한다. 무뚝뚝하고 쌀쌀맞은 것 같아도 기다리면 음식은 다 나오는 그냥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 아, 바쁘실때는 시킬때는 주방까지 가서 시켜야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셀프 서비스가 만연한 그런 곳은 아니니 안심하자.

 

 

메뉴가 나왔다 도토리묵 무침

 

기다리고 있으면 음식이 나왔다. 청국장에 여러가지 반찬들과 제육 그리고 묵무침과 여러가지 채소 한접시가 나온다. 우선 처음나오는 묵부터 살펴보자. 사실 묵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묵자체도 중요하지만 양념이 꽤나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집의 묵은 그냥 무난한 정도의 도토리묵이고 위의 참기름... 과 간장 그리고 채소들의 비율이 꽤나 절묘하게 조화가 되어 있다. 처음에 여기와서 묵무침을 먹었을 때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향긋한 채소의 냄새와 진한 참기름냄새에 놀랐었다. 아무튼 이집의 채소들의 신선도는 거의 최상에 가깝다. 대부분의 채소를 직접 이집 할머니께서 재배하셔서 매일 뜯어오신다. 물론 뭐 전체 다 키울수는 없겠지만 아무튼간 채소가 굉장히 신선하고 묵무침의 맛의 조화가 훌륭하여 좋은 만족감을 준다.

 

이것이 쌈이다 청국장

 

청국장은 뭐랄까... 충실하다. 우선 콩의 양이 압도적이다. 국물보다 콩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부와 고추등 여러가지들이 잘 들어가 있다. 맛은 약간 투박하다만 이것이 진짜 청국장이다라는 느낌이다. 청국장의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그냥 무난한 정도... 사실 요즘 집에 장을 직접담구는 곳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어렸을 때 부터 시골에서 자라고 현재도 된장, 고추장, 메주 등을 전부 집에서 직접한 것을 먹는 입장에서는 이집의 청국장은 매우 정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 들어가는 고추가 약간 맵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 뭐 그리 심하지는 않다. 아무튼 청국장 매우 맛있다. 그리고 나오는 반찬들 역시 하나하나 밥 한그릇정도는 비울 정도로 괜찮다. 반찬과 채소는 계절에 따라 그리고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얼마전까지는 시원한 국물의 동치미가 나왔었는데 오늘은 동치미는 안나와서 약간 아쉬웠다.

 

그리고 이집의 하일라이트인 각종 쌈 및 채소들... 우선 상추/깻잎/고추/쑥갓등이 무척 많이 나온다. 요즘 돼지고기보다 상추가 비싸다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많다. 아마 직접 재배를 하셔서 가능한 부분일 것 이다. 아주 훌륭하다. 신선도는 아마 집뒤에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바로 하우스에 따서 집뒤 도랑에 씻어먹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정도의 신선도를 지닌 곳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처음에 먹었을 때 좀 과장해서 정말 대전 생활 7년째에 이 곳에 왔다는 것이 정말 후회스러울 정도로 감동적이 었다. 처음 이집에 와서 여기 나오는 쌈을 다먹은 다음날은 장이 깨끗해지고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진정한 웰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이 육류메뉴가 이곳에는 쌈을 싸먹는 돼지고기밖에 없다. 이 메뉴가 없다면 철저하게 채식메뉴가 완성이 된다. 다른 반찬들은 모두 나물이나 채소류이다. 언제가 한번은 주방에 갔더니 어떤 스님한분이 와계셨던 기억도 난다. 아마 스님들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위주라서 그런 것을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간 반찬 한가지만 피하면 채식주의자도 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고등학교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매식(買食)인생이 이제 한 10년차쯤되니까 사실 먹었을 때 부담없고 몸이 건강하게 되는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데 양사싯골은 어느정도 그 정점에 올라서 있는 음식점인 것 같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대전생활 8년차에 대전에 가본 음식점 중에 최고등급에 속하는 음식점이니 향토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장점: 향토적이면서도 매우 맛있는 청국장. 환상적인 신선도의 쌈과 채소들. 하나하나 맛나는 반찬들. 음식의 조화가 느껴지는 맛.

단점: 낡은 시설(여름에 가면 더움). 차단된 접근성.

 

음식맛: ★★★★☆ (4.4/5) - 최고의 신선도와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맛.

음식양: ★★★★    (4.1/5) - 청국장만으로는 약간 많은 정도.

가성비: ★★★★    (4.3/5) - 개인적인 느낌

추천도: ★★★★☆ (4.5/5) - 향토적인 취향이라면 꼭 가라. 2번 가라. 계속 가라.

 

위치는 약간 애매하다. 차가 없으면 가기도 어렵고 처음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밤이라면 조심히 찾아가야한다. 위치는 밑의 지도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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