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치킨

2010. 12. 11. 15:49 from Alone/Record
 어제(12월 10일) 방송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각주:1]을 듣는데 12월 9일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롯데마트치킨에 대해서 기사도 소개하고 전문가들을 대면시켜 토론 했는데, 몇 가지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 본다.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와 최승로[각주:2] 자유기업원 기업연구실장이 전문가로 나왔다. 토론에서 롯데마트치킨의 대한 두 사람의 견해는 팽팽히 맞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접점조차 없어 보인다. (아 가격이 싸다는 것에는 동의를 한다. -_-;)

통큰 치킨 5,000 KRW


참고로 롯데마트 치킨에 대해서 알아보면, 가격은 5,000원 무게는 900g 정도 한다. 재래시장에서 닭한마리가 5~8,000원 프랜차이즈 치킨이 13~19,000원, 중소 치킨 체인(부어,큰통등) 및 개인 창업 치킨이 8~9,000원인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싸다. 게다가 닭의 무게도 10호(호수가 작을수록 닭이 크다. 10호 닭은 산지 거래가가 얼마 전에는 3,0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각주:3])로 나름대로 큰 닭이며, 다른 치킨들이 500~700g 인 것에 비하면 무게에서 상당히 이점이 있다. 다만 치킨무와 음료수 등은 따로 구매를 해야 한다. 치킨 자체는 대충 이정도이고 점포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면, 롯데마트가 전국에 그리 많지는 않아서 먹기는 쉽지 않지만, 수도권일대에는 상당히 많은 점포가 있다.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근처의 롯데마트가 없는 지역이라면 (특히 강원도 같은) 그다지 상관없겠지만, 소비 유행에 민감한 대도시나 위성도시 등의 경우는 동네 치킨집의 경우는 어쨋든간 일정 부분 점유율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우선 이덕훈 교수의 주장을 살펴보면 대기업의 원가희생적인 미끼상품으로 인한 골목상권의 황폐화와 그리고 이로 인해 말미암을 차후의 사회적 비용이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 조금 더 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미리 얘기하면 기본적으로 이덕훈 교수의 주장에 조금 더 공감을 하는바 이다.

 하지만 나는 이덕훈 교수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고 싶다. "치킨 일주일에 몇 번이나 드세요?" 이덕훈 교수는 치킨의 닭한마리의 납품가가 4,000원, 밀가루 2,000원등의 최소한의 원가와 마진을 얘기하면서 15,000원 정도하는 치킨의 가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치킨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현재 가속화 되고 있는 SSM등에 의한 영세상권 장악 논리에 숟가락하나 더 얹은 격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이덕훈 교수의 말대로 프랜차이즈라고 하는 BBQ, 네네, 굽네[각주:4], 교촌 등의 치킨은 그 정도로 팔아야 겨우 마진이 남는 수준이다. (참고로 우리 이모 집이 치킨집이다. 호식이 치킨... 원주 2호점...)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프랜차이즈치킨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대 마진에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경우는 닭과 밀가루, 소스, 심지어는 배달오토바이와 우비까지 본사로 부터 납품받아야 한다. 이러니 당연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 마진에는 유명 연예인 광고비용, 본사 운용비용, 체인점 확장비용 등 여러가지 부대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러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중간마진이 거의 없고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롯데마트치킨 에 비해서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덕훈 교수는 오히려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말고 인정하면서 한 수 접고 들어갔어야 더욱더 주장의 신뢰성을 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시점과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대안이라는 것이 없는 경우도 존재하고 대안자체가 매우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이러한 일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하늘을 찌를 듯 매년 올라가면서 부터 예견된 사태이다. 동네 자기 창업 치킨 업주들하고 부어치킨 사장님들은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최승로 연구원. 이분은 당최 뭘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다. 1900년대 초반 자유시장논리의 숭배자라고나 할까? 싼 가격이면 무조건 'It's OK'되시는 분인 것 같다. 나중에 롯데마트가 시장을 점유하고 나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이기도하다. 뭐 아무튼 기업에 전적으로 맡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조차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_-; 나중에 시장의 점유율이 한 군데 집중되고 진입장벽을 중소업자나 개인이 뚫을 정도가 없게 되고 나서도 행복하실 분일 것 같다. 소비자의 결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재의 시장구조이지만, 이미 완전한 자유 경쟁을 유지시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계속 했던 말 또 하는 것을 보니 답답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견에는 귀를 닫으신 분 같다.

 결론적으로 위의 두 전문가의 의견 모두 어느 정도 절충이 필요하다. 기업의 윤리 의식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롯데마트의 치킨가격은 너무 싸다. 5,000원이면 정말 마진이 거의 없다고 봐야 된다. (근데 롯데마트 정도 되면 마진 분명히 있다.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코카콜라도 마음대로 큰소리 못 치는 유통체인을 가지고 있는 곳이 롯데이다.) 이러한 경우의 소상인과 중소업자들은 더 이상 대항할 여력이 남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약탈적 가격[각주:5]'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맞아 떨어지는 가격이다. 소상인에게는 '치킨게임'이지만 롯데마트에게는 '치킨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튼, 배달이 안 된다고 해도 윤리 의식 측면에서는 한 7,000원 정도는 받아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그 정도의 가격이라면 영세상인과 중소 치킨 체인 업주들이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치킨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배달 영업이 많은 것에 강점이 있고, 업소의 차별화를 통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주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대안을 제시하기가 힘들다. 이번에 BBQ에서 새로 나온 양파치킨인지 뭔지는 가격이 19,000원이다. 나는 도대체 치킨에 무슨짓을 했기에 한방삼계탕보다 비싸진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납품가가 비싸니 그 정도 가격에 팔아야 하겠지만  이것은 자유시장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어장치가 간섭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주 분들이 은퇴 후 퇴직금 혹은 대출을 받아서 치킨집을 열었기 때문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배달 주문이 절대적인 곳을 제외하고는 어떤 식으로든 상당히 타격을 입을 것 같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리든가 (요즘은 이런 경우가 꽤나 많다. 비단 치킨집이 아닌 여러 업종에서) 롯데마트가 범접할 수 없는 차별화를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미 사태는 이마트 피자에 이어서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 다만 그 여파가 생각보다 커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회자되는 것 같다. 치킨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많이 먹지는 않지만...) 적절한 기업윤리 및 사회적 책임, 그리고 자유시장의 순기능이 잘 조화되어 시장이 잘 살아 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다. 롯데마트 주위 치킨집은 죄다 망할 것 같은 느낌...

(12월 12일에 추가된 내용입니다.) 참고적으로 치킨을 팔아서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호식이 치킨같은 경우에는 보통 14,000~16,000원 짜리 치킨을 팔면 3,000원 정도가 남는다. 하지만, 개점 초기에도 그렇고 하루에 20마리 나가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20~40 마리정도 나간다고 한다. (잘나갈때 40마리) 따라서 한달이익은 주말도 없이 쉬지 않고 30일 내내 일해야 20마리 정도면 대략 180만원정도이고 40마리면 36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이 기본적으로 치킨집의 인원은 아무리 작아도 배달을 한다고 치면 최소한 2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의 노동력으로 환산한다면 그다지 많은 돈을 번다고는 볼 수 없다. 전국의 치킨집이 한 두개도 아닌 상황에서 가족의 숟가락을 책임지고 있는 치킨 집 업주들의 입장으로 볼때 롯데치킨은 글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도 그다지 할말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도덕적 도의를 물어서 현재 법률망에 있지도 않은 생계형 소시장 잠식을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나라에서 참 잘 안되는 것이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경쟁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항상 갑을관계가 성립하는 우리나라의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비단 치킨 문제뿐만 아니라 SSM의 지역상권 침탈 문제 등이 조속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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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치킨이 먹고 싶은 건가.... 개인적으로 부어치킨이 전국에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7,500원에서 8,500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이라서... (KFC같다.)... 쓰고보니 내가 닭을 되게 많이 먹는 사람같은데 한달에 한 두번 먹을까 말까 하다. 다만 치킨을 매우 좋아할 뿐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자주 섭취하지 못할 뿐이다.

2. 닭세권이라는 말도 있더라 ㅋㅋ 일산에 어느 아파트 1층에 롯데마트가 있는 곳도 있고.. 무슨 버뮤닭 삼각지대라고 해서 롯데마트 삼각형도 있고...

3. 전민동에서는 제일 가까운 롯데마트가 버스타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아직 한번도 못먹어봤다. 근데 대형업체라고 하니까 위생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더 신뢰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장사안되는 집들은 치킨 기름을 자주 갈지 않기때문에 더 신뢰가 안되는 악순환도 있는 것 같고....

4. 이 글은  12월 12일에 1차 수정 되었습니다.

  1. 6시 반 새벽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듣는 건 아니고 팟캐스트를 구독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이 분은 뉴스 검색하면 기사가 몇개 나오는데 대충 어떤 분이지 성향을 알 수 있다. -_-; [본문으로]
  3. 일반 치킨 집 납품가는 4,000원대 초반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4. 소녀시대가 광고해서 달력을 시키면 치킨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말까지 나돌았었던.... [본문으로]
  5. 기업이 가격을 아주 낮게 책정해 경쟁기업들을 시장에서 몰아낸 뒤 다시 가격을 올려 손실을 회복하려는 가격정책.[출처] 약탈가격 [掠奪價格, predatory pricing ] | 네이버 백과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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