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2010. 4. 4. 10:09 from PIano/Diary

금요일 저녁에는 Oliver Kern 내한 독주회
우선 프로그램부터 살펴보면,


1. 베토벤 소나타 No.8  Op.13 비창
  사실 나는 베토벤의 작품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어떤 곡을 평가할 수준도 안되고 기껏해야 다뤄 봤던 작품은 Op.2 -3과  Tempest 1 mov. 정도이고 비창은 되게 다뤄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원래 Op.77 Fantasie 였는데 프로그램이 바뀐 것인데, 나로서는 아는 곡이 나와서 매우 좋았다. 역시 곡의 해석과 Dynamic Range(한글로 뭐라고 해야되나... )가 정말로 엄척난 수준이었다. 과연 베토벤의 거장이라고 할만했다. 이렇게 공연을 보면서 가슴이 뛰어본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 정말로 청중을 사로잡은 극한의 카리스마와 표현력으로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Aya nagatomi의 비창 3악장

2. 슈만 Davidsbuendliertaenze op.6
3. 브람스 6 Klavierstuecke op.118
 위의 두개는 잘 알지 못하므로 생략한다. 솔직히 거의 처음 들어본 것 같다. -_-; 그냥 잘치더라... ㅋㅋ

4. 쇼팽 발라드 No.1 Op.23 

 사실 이거 보러 갔다. 내가 가장 사랑한 곡이면서 나에게는 매우 뜻깊은 의미가 있고, 가장 열심히 쳤고 나중에 다시 한번 치고 싶은 이곡. 쇼팽 발라드 1번. 쇼팽의 곡중 가장 '거칠다'라고 평가된 이곡은 정말로 끝내주는 곡이다. 사실 곡의 해석은 거장 답게 탑클래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라드는 쉬운곡이 아닌가보다. 물론 보통 피아노를 안치는 사람들은 거의 모를 정도였겠지만, 앞의 베토벤과 슈만에서는 거의 없었던 미스터치가 조금 있었고, 박자도 전체적으로 빨랐던 것 같다. 느린 부분에서는 조금 더 느려야되지 않나... 확실히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우는 윤디리, 짐머만, 임동혁, 키신의 해석과 비교하면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 하긴 해도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신경을 조금 덜 쓴 느낌이었다. 물론, 올리버케른의 해석또한 일반인이 이렇다 저렇다 할 수준은 아니다. 아무튼, 정말 거장의 발라드 연주를 눈앞에서 보긴 처음이어서 기뻤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짐머만(짐메르만)의 발라드 1번

5. 쇼팽 환상즉흥곡 op.66 (앵콜)
 즉흥환상곡인지 환상즉흥곡인지 맨날 헷갈리는 곡이다. 뭐 구지 구별할 필요는 없다. 아 근데 아까 발라드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 빠르다. 임동혁을 제외해서 이렇게 템포로 압도하는 느낌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잘쳤다. 역시 거장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이 앵콜 들을라고 세번 나왔다 인사하고 들어가는 올리버 케른을 향해서 손바닥의 혈액순환아 잘되라라고 외치면 박수를 무지하게 많이 쳤다.

혼자보긴 했지만 아무튼 이런 공연을 공짜로 볼수 있다는게 참 좋았다. 관객층도 카이스트 학생들도 꽤 있었지만, 주변 음대와 음악관련 종사자들이 많이 왔었다. 앞에 앉은 사람 여성분 3명도 음대에서 온 것 같았다. 악보하고 대조하면서 보고, 계속 뭘 적고 그러더라. 줄도 얼마나 긴지 한 30~40분 기다린것 같다. 그래도 3번째 줄 정도여서 자리는 최고였다. 손동작도 잘보이고... 객석은 정말로 꽉찼고, 관객들의 매너도 통제가 없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토요일에는 서울에 잠시 갔다 왔다. 그냥 필드트립 끌려가서 기억 나는 거라고 아침 대용으로 준 파리바게트 샌드위치가 참 맛있었다는 것과 전주 비빔밥 고궁의 체인인 인사동 고궁은 전주 본점 보다 좀 낫다라고 생각된 것 이었다. 그리고 대전 내려와서 공부 좀 하고 운동 좀 하고 개별연구 학생 미팅 잠깐 하고 잤다.

아 그런데 요즘은 참 꿈을 많이 꾼다. 많이 외로운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스트레스때문에 꿈을 꾸는 건지... 꿈을 꾸고 나면 참으로 마음이 아련하다.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랄뿐이다. 이제 4월도 벌써 초순이고 일주일 지나면 중순이다. 봄학기, 여름방학, 가을학기... 빨리 기분좋게 끝났으면 좋겠다.

Posted by Curatio :